
마음 먹고 큰 사각형 도일리를 한 장 떴다. 집전화가 있다면 전화기 받침대로 써도 괜찮았겠지만 우리집에는 그런 거 없다; 어디에 쓰면 좋을까 궁리 중인데 마땅히 떠오르는 데가 없다. 뭐 다른 도일리들도 마찬가지지만. 떠 놓고 보니 별로 쓸 데가 없네. 이제 도일리는 그만 뜨고 스카프나 식탁보에 도전하려고 한다.

원래 어릴 때부터 손으로 뭔가 하는 걸 좋아하긴 했는데 요즘 그 재미를 새록새록 느껴가고 있다. 핸드메이드 관련 책을 두 권 정도 구입해서 읽었는데 그걸 보니 페인트칠이며 실내 디자인이며 패브릭에 목공에 그림까지. 해 보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. 내 손으로 하나하나 해 나가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. 집에 재봉틀이 있어서 한창 리넨으로 티 웨어 만드는 데 빠져있기도 했고, 색종이로 종이 오리기 삼매경인 적도 있었고, 그림에 미쳐 보기도 하고, 베이킹도 하고, 요즘에는 크로셰에 빠져 있고. 예쁘게 손글씨를 쓰는 거나, 낙서하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정말 좋아한다. 외국어 공부도 좋고 책 읽는 것도 참 좋다. 그러고 보니 난 참 좋아하는 일이 많구나/// 실은 요새 비누 만들기를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~ 예전에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다 까먹었다. 암튼 내 손으로 만들고 꾸미고 하면서 소소한 재미를 찾는 것도 행복하게 사는 법 중 하나인 것 같다. 블로그 글을 천 개 넘게 날리고 나서 전에 올렸던 핸드메이드 관련 글들은 다 삭제되었지만 그래도 약간의 사진이 남아있었다. 페이스북에 종종 올린다. 페이스북이 편하고 반응이 빠르다보니 자꾸 블로그를 방치하게 되는데 그래도 긴 글 주저리주저리 하기에는 여기만한 곳이 없다.
지난 몇 달간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고 지쳐 있었는데 조금 상황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. 불안정하던 일도 다시 안정적으로 하게 됐고, 체중은 불었지만 비실비실 쓰러질 것 같던 겨울에 비하면 오히려 나은 것 같기도 하고, 무엇보다도 그 분과 화해하고 다시 만남을 갖게 되었다. 사실 헤어져 있는 동안, 몇 명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었다. 지금까지 없던 일들이 너무 한꺼번에 도래해서 정신이 없었다. 하지만 그런 만남들이라는 게 다 공허할 뿐이었고, 마음이 가는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었다. 좀 더 마음을 비우고 만났어야 했나보다. 나라는 여자는 어장관리할 능력도 안 되니 그냥 다 싹둑싹둑 커트해 버리고, 결국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. 다시 시작하는 인연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, 내가 용기를 낸 거니까 내가 더 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.
요즘 다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읽고 있다. 참 좋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