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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리 프로젝트 5. 수첩 및 통장 정리
      2013. 1. 21. 14:22

나처럼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의 문제는 늘 수첩과 필기도구가 넘쳐 난다는 것이다. 2년 전에 한 번 수첩이랑 공책들을 싹 정리했음에도 불구하도 또 내 방은 각종 노트와 수첩들로 범람하게 되었다. 2년 전 대청소의 교훈도 있고 해서 새로 산 문구류는 생각보다 적었지만 개중에는 사은품으로 받은 묵직한 무지 노트들과 어디서 증식했는지 모를 볼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. 무라카미 하루키도 볼펜의 증식에 대해 한탄하지 않았는가. 그 마음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. 나는 직업 특성상 볼펜을 사용하는 일이 많은데, 알뜰하게 끝까지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중간에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. 열심히 쓰고 있는데 잉크가 안 나오거나 하면 버리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필통에 꽂아놓고 잊어버린다. 이번 기회에 그런 놈들을 일일이 테스트해 보고 다 버렸다.

 

수첩들은 중학교 시절의 시스템 다이어리를 비롯해 델문도 레시피 노트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했는데, 나 자신의 소중한 기록에 해당하는 것들은 상자 안에 넣어 잘 보관하고 그 외에 좀 끄적거리다 만 거나 낙서가 주류인 것들은 다 버리기로 했다. 수첩을 정리하는 건 항상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, 수첩의 양 때문이라기 보다는 괜히 들춰보면서 추억에 잠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기 때문에(...). 편지나 연하장도 마찬가지다. 피아노 의자 밑에 유치원 때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며 편지들이 잔뜩 쌓여있는데 그 피아노 의자가 공교롭게도 지금 안방 티브이를 올려놓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서 그 안은 정리할 수 없었다.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받은 우편물들은 내 방에 있는데 그 중에서 버려도 되는 것들은 냉정하게 버리고, 나머지 연하장과 편지들은 예쁜 상자에 넣어서 따로 보관하기로 했다. 버려도 되는 건 대충 별로 친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생일 축하 카드 같은 것들.

 

통장도 상당히 많았는데 특히 체크카드를 사용한 이후부터 통장이 급격히 늘었다. 가계부나 마찬가지니 통장 정리 커버에 넣어 보관했고, 한 2년 정도 통장 정리를 안 했다는 게 생각나 은행에 가서 한꺼번에 통장 정리를 의뢰하고자 주거래 은행 두 군데의 가장 최근 통장을 꺼냈다. 원래 꼬박꼬박 하고 있었는데 취직하고 나서 잘 안 하게 됐다. 은행 한가한 시간에 가서 부탁드리려고 늘 갖고 다니는 가방에 넣었다. 그게 어제 일이라 이번주 내로 가서 할 계획이다.

 

예전에 공부하면서 받은 프린트들이며 파일들도 그냥 다 버렸는데, 이렇게 기록물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했고, 뭔가 새로운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. 내가 공부한 것들 보니 열심히 한 것들도 많았는데 지금의 나태한 내 모습에 좋은 자극이 되었다. 지금의 몰스킨 다이어리도 연초부터 꼬박꼬박 꼼꼼하게 잘 정리하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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